달려라 자전거
초급 10기 임영란
무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흥분되고 마음 설레는 일이다. 7월 11일. 장맛비 주룩주룩 내리던 그날, 중앙공원 지하주차장에서 우리의 자전거 타기는 시작되었다.
e-34. 내가 찬 자전거의 이름이다. 맘먹고 골라 탄 놈인데 바퀴를 구를 때마다 끼익-끽 소리를 내며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핸들은 내 맘 같지 않아 갈지(之)자로 춤을 추고, 특정부위에는 통증이 밀려오고, 쉽게 곁을 주지 않던 자전거는 제멋대로 가다가 아무데서나 드러눕고...
며칠간 무던히도 애를 먹이던 자전거를 달래가며 조금은 가까워졌다 싶을 무렵, 우리는 지하세계를 빠져 나와 장마가 물러간 중앙공원을 접수했다.
줄도 간격도 무시되던 우리의 자전거 타기도 하루가 다르게 질서를 찾아갔는데 무엇이든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모양이다. 장맛비 속에서도, 폭염 속에서도 애정을 가지고 지도해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일이였을 것이다. 선생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을 태우고 달렸을 e-34에게도 볼멘소리 멈출만한 맛난 기름칠을 해주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의 즐거움과 작은 행복을 실어 나르라고 나이 지긋한 나의 자전거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전거는 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간다'고 하신 선생님 말씀처럼 내가 자전거를 바라보고 이곳에 왔을 때 이미 지도해주실 최고의 선생님과 자전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내가 자전거를 바라보자 자전거는 나를 싣고 달렸고 그 원만한 속도 안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다. 너무 빨라서 놓쳤던 풍경. 너무 느려 지루했던 경치가 경쾌한 속도 안으로 들어와 즐거움과 재미를 더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인생살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며 놓친 것은 없는지, 너무 느려 탄력을 잃은 것은 아닌지 구르는 자전거 위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자전거 위에서 희망을 바라보고 달린다. 내가 푸른 희망을 바라보면 나의 자전거는 그곳으로 나를 인도할 것이다. 자전거! 이 매력적인 친구와 정을 나누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없다. 달려라 자전거야, 우리 함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