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언제나 진리고 내가 두려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 힘을 주는 말이다.
자전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초급과정이 끝을 맺어간다.
어린이집 오후반 교사로 일하는 나는 40분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아줌마들이 가볍게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
리는 모습들이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예전에 중앙공원에서 복장을 갖춰 입고 강습을 받고
있는 모습들이 문득 떠올라 인터넷 검색을 해보게 되었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드디어 강습을 받게 되었다. 두 세시간만 배우면 타는 줄 알았던
자전거를 3주에 걸쳐 진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되었다.
자전거의 균형과 중심을 강조하시는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는 자전거와 친해지기 위해 자전거 끌기부터 시
작해서 서있는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 젓기, 한쪽 페달 딛고 일어서기, 양쪽 페달 딛고 일어서기를 수 없이 반
복하며 균형감각을 익혔다. 여기저기서 자전거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귀얇은 나는 덩달아 우왕좌왕 휩쓸
려 넘어지기 일쑤였고 그러면서도 어설픈 출발과 멈춤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정말 날아갈 듯이 기쁘기
만 했다. 중심이 잡히니 출발이 가능했던 것이다.
정심쌤에게 “선생님, 저 이제 하산해도 될 것 같아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뱉고나니, 갈수록 점점 우리 선
생님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허걱~자전거 일렬주행하면서 한발 딛고 일어서기, 양발 평행 맞춰 일어
서기, 평행 만들어 페달 밟기, 핸들에서 손 놓기, 코너링, 슬라롬 주행~우왕!!!)을 요구하신다. “여러분은
이미 균형 잡기를 충분히 하셨으니 할 수 있어요. 자신을 믿으세요.”하며 교관처럼 좁은 길을 만들어 버티
고 서 계신다. 아슬 아슬 조금만 더 좁게 서계셨으면 선생님을 맞추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만 같다.
좁은 길도 무섭고 비켜주지 않는 사람도 무섭고 눈치 없는 비둘기까지도 길을 비켜주지 않는 이 마당에
사실은 실력 없는 내가 젤로 무섭다.
“땅 보지 마세요, 앞에 보세요.”선생님이 아무리 외쳐대도 나는 여전히 모르쇠를 일관하고 있다. 또 앞에
나와 시범을 보이시며 “이렇게 하시면 안 돼요. 엉거주춤하는 자세는 모양도 안 좋지만 허리나 다리에 무
리가 갑니다”하며 여러 번 시범을 보이시는데 ‘헐~ 저것도 내 얘기다.’ 반복된 실수에 혹여 선생님과 눈이
라도 마주칠라면 애꿎은 땅만 흘기다 부끄러운 애먼 웃음으로 대신한다. 스타트로, 서서 출발하기를 하는
데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 내게 선생님은 웃으시며 “딴 데 쳐다보고 있을 테니 출발하세요”하며 나를
안심시킨다. 그래도 여전히 뒤통수는 따갑다. 에휴휴, 어쨌든 슬라롬 주행도 하고 선생님 뒤를 따라 일렬
주행을 하며 공원 구석구석을 돌 때는 어찌나 바람도 상쾌하고 신나던지 마음은 벌써 동호회에 가입하고
도 남을 정도였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요사이 나는 자전거를 타는 내가 너무 신기하고 기특하다. ‘우째 이런 일이....ㅋㅋ
ㅋ’ 혼자 웃음이 절로 나온다.(선생님은 성에도 안차시겠지만....)
지금도 우리 28기 동기들은 몸 여기저기 아프다고 호소하지만 모두들 한 마디씩 한다. “어제보단 많이 나
아졌어”, “어머 어머 정말 되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니까 정말 된다” “역시 선생님이야” 날마다 실력
이 조금씩 느는 것을 실감하며 입가엔 흐뭇한 미소들이 번진다.
몸은 천근만근 다리엔 멍투성이지만 늘 유머와 농담으로 우리의 긴장을 풀어 주시는 오 세진 선생님, 언
니처럼 말없이 뒷일을 봐 주시는 정심선생님, 명희선생님 정말 감사드리고 끝나는 날 까지 수고 부탁드립
니다. 사랑합니다. 우리 쌤들, 우리 28기 동기 여러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