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디고운 자태를 숨기고 숨겨오다 기다리던 님을 맞이하는 17살 처자의 수줍은 얼굴을 보는 듯 하루하루가 꽃들의 향연이다.
그리고 그들사이를 또 하나의 무리를 볼 수 있다
바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 사람들…….
자전거에 대한 짝사랑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리길을 걸어 다니는 게 다반사인 시골에서 자전거 타는 과제가 체육과목으로 내려졌다
68명중에 타지 못하는 이는 나 혼자…….
기가 막혀 혼내지지도 못하고 허허, 웃으시는 선생님의 얼굴과 뜨악해하는 친구들의 얼굴또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허나 어찌할까.도저히 안 되는 것을
안장에 앉는 순간부터 내려오는 순간까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석고상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10대 20대 30대 몇 번의 시도를 해보다가 잊고 살았다.
삶에 지친 심신을 아무런 조건 없이 감싸주고 달래주는 자연이라는 의사선생님을 만나면서 중년을 보내던 어느 날 한 친구가 페루 마추피츄여행을 제안한다.
기쁨도 잠시 자전거를 타야한단다. 패키지로 하면 비싼 경비도 문제이지만 시간에 쫓겨 반의반도 자연을 느끼지못한다나?
자전거가 필수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가고 싶다고 입으로만 이야기를 했지 내 몸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질책을 한다.
그 누군가가 뒤에서 잡아주는 자전거였다면 오늘도 나는 포기했을지 모른다.
중심잡기 페달 젓기 S자 돌기…….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스스로 해나간다.
세분의 선생님 가르침만 따르면 내 몸이 알아서 운동장을 돌고 있고 꽃들의 인사에 같이 인사하고 시원한 나무그늘아래서 나는 웃으며 쉬고 있다.
어찌 된 걸까?
내가 어찌 된 거지?
되묻고 되물어도 답은 없다 하루하루 수없이 진행될수록 내 몸은 어제는 잊어버린다.
아직도 자전거에 올라앉으면 두려움은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자동차, 알 수 없는 돌발 상황에 긴장하는 내 모습에 웃음은 나온다.
자전거를 타면서 지켜야할 규칙은 서로에 대한 예의이기에 소소한 것이라도 지키려 애쓴다.
자전거를 끌고 신호등을 건너는 내 모습이 초등학교 신입생 같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커다랗게 웃고 있다.
이제 자전거는 짝사랑이 아닌 동반자이다. ㅎ
모두모두들 고맙습니다.^^